2025.4.4.(金曜日, 94th/365) “입을 막아라”
- Chulhyun Bae
- 4월 4일
- 3분 분량
2025.4.4.(金曜日, 94th/365) “입을 막아라”
헌법재판소가 오늘 적절한 판결을 내렸다. 우리 모두가 수용하여 새로 시작하지 않으면, 이전보다 더 큰 불행이 덮칠 것이다. 이젠 일상으로 돌아가 우리가 각자를 돌봐야할 시점이다. 미국에선 트럼프가 미쳐 날뛰고 있는 이 상황에서 우리의 생존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 이젠 TV와 핸드폰을 끄고, 각자 골방으로 들어가 좌정하고 입을 다물고 눈을 감는 것이다. 좌정하는 이유는 함부로 부화뇌동하면 가던 진부한 장소를 가지 않으려는 용기의 표시이고, 침묵하는 이유, 좀전까지 입을 통해 나오는 메아리 소리를 줄이려는 절제이며, 눈을 감는 이유는, 우리가 구축해야 할 새로운 대한민국을 조각하기 위해서다.
마태, 마가 누가 복음서는 유사한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하여 공관복음서라고 불린다. 가장 먼저 기록된 마가복음은, 마태복음이나 누구복음과 비교하여 간략하지만, 한 이야기에서만 유독 길다. <마가복음> 4장에 등장하는 갈릴리 호숫가에 일어난 광풍사건이다. <마가복음> 4장은 하늘나라에 관한 비유들로 시작한다. 예수는 하늘나라에 관한 이야기를 비유로 말씀하시고, 제자들에게는 그 비유를 풀어서 설명하셨다. 그리고 날이 저물어, 예수는 제자들과 배를 타고 갈릴리 호수를 건너갈 참이다. 예수는 하늘나라에 관한 이야기를 군중들에게 전한 후에, 제자들에게 갈릴리 호수(마가는 ‘바다’라고 불렀다)의 건너편으로 가자고 말한다.
우리가 현재 있는 곳에서 다른 곳으로 가려면 흉흉한 바다를 건너가야 한다. 바다는 혼돈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나려는 인간이 반드시 넘어가야 하는 경계다. 예수가 이윽고 제자들과 배에 올랐다. 그를 따르려는 사람들도 배를 타고 따라간다. 신은 그 결정적인 순간에 과연 제자들이 다음 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지 시험한다. 그 시험을 현재의 상태로는 극복할 수 없는 역경이다. 갑자기, 그리고 필연적으로 큰 광품이 일어나 파도가 배 안으로 덮쳐 들어온다. 예수가 탄 배가 침몰직전이다. 그런데 예수는 고물에서 베개를 베고 자고 있었다. 제자들이 그를 깨우며 "선생님, 우리가 죽게 되었는데, 아무렇지도 않습니까?" 라고 불평한다.
이 순간을 화폭에 담은 화가가 있다.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다. 그는 1630년, 27살때 암스테르담으로 와서 화가로서 삶의 시작하였다. <갈릴리 바다 폭풍>는 그가 유작으로 1668년에 그린 <돌아온 탕자>와는 달리 야망이 품은 젊은 화가의 기상을 품었다. 그는 신약성서 복음서에 등장하는 바다 풍경을 그려, 성스러운 복음서에도 등장하지 않는 성서 이야기를 화폭에 대담하게 담았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한 제자는 맨 왼 뱃머리에서 찢껴 나가는 돛을 필사적으로 잡고 있고, 다른 제자는 가운데 돛을 몸에 휘감아 배로부터 튕겨 나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또 붉은 옷을 입은 제자는 바다에 대고 구토하고, 한 제자는 가장 오른쪽에 돗대를 잡고 체념한 듯, 예수를 바라보고, 다른 두 제자는 이 와중에 평온하게 앉아 있는 예수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따져 묻고 있었다. “하늘나라만 말하면 다냐? 우리가 지금 죽게 되었다!”
예수는 외부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반응한다. 제자들을 그 바다 폭풍을, 여느 인간들처럼 두려워했지만, 예수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두려움과 두려움에서 나오는 행위를 상황을 더욱더 그르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 상황을 분석하여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한다. 예수는 이와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무엇보다도 외부의 자극에 흔들리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이 그 상황을 나름대로 극복할 수 있다는 자기-믿음이라고 말한다. 예수가 이상한 행동을 한다. 신에게 바다가 잠잠하게 만들어달라고 기도하지 않는다. 오히려 바다를 다음과 같이 꾸짖는다.
Σιώπα, πεφίμωσο. (시오파 페피모소)
“자제하고 입을 막아라!”
이 명령은 바다뿐만 아니라, 제자들에게 하는 말이다. 위기에 쳐했을 때, 해야할 두 가지다. 하나는,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으려는 자제와 절제이고, 그와 더불어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말을 스스로 제어하기 위해 손을 입 위에 가져가는 겸손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은, 스스로 자제하고 입을 틀어막고, 한참동안 자신을 응시하는 수고다.
사진
<갈릴리 바다 폭풍The Storm on the Sea of Galilee>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
1633, 유화, 160cm x 128cm
도난 (1990년 3월 어느 날 보스톤글로브 신문에 특종이 실렸다. 이사벨라 스트워트 가드너 미술관에 소장 중인 최고의 그림이 도난당했기 때문이다. 바로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가 그린 유일한 바다 풍경 유화였다. 지금도 그 행방이 오리무중인 이 그림의 제목은 <갈릴리 바다의 폭풍>이다)
Komen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