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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5. (水曜日) “호크마는 아문신이다/지혜는 숨겨져있다”

2024.6.5. (水曜日) “호크마는 아문신이다/지혜는 숨겨져있다”

(<잠언> 8장 30절 해석)

     

만일 신이 우주, 즉 무에서 나온 유를 창조했다면, 그 신을 누가 창조했는가? 과학은 언제나 현상을 다루는 학문이기에, 이 중요한 질문에 대해선 침묵한다. 철학은 사고를 기반으로 한 추측이기에, 사고이전의 생각에 대한 질문을 비이성적이라고 치부하고 회피한다. 그러나 이 질문은 우주생성의 근원에 대한 질문이자, 그 우주의 일부로 태어난 모든 동식물의 근원에 대한 질문이라, 어렵지만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더 나아가 ‘나’란 존재의 근원을 탐구하는 중요한 현미경이다.

     

<잠언>8장은 이 철학적인 질문에 대답을 시도한다. 유대인들은 우주의 생성에 관여한 두 가지 원칙을 언급한다. 하나는 ‘호크마חָכְמָה’라고 불리는 지혜智慧이고 다른 나는 ‘터부나תְּבוּנָה’라고 불리는 명철明哲이다. 호크마는 신이 우주를 창조해야겠다는 첫 의지이자, 그것을 실행에 옮기겠다는 용기다. 그 무엇이 138억년전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우주 안에 존재하는 만물은 모두 이 신적인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동식물뿐만 아니라 지구, 달, 태양계와 같은 천체도 신의 의지라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것이 ‘호코마’ 지혜智慧다. 사람들이 부모, 학교, 책으로부터 정보를 축적하여 자아관과 세계관을 성립하지만, 짧은 인생이지만, 우여곡절을 통해, 신의 속성을 지혜를 조금씩 알게 된다. 명철이란 지혜를 삶에서 실천하기 위한 도구이자 무기다. 명철이란 의지를 지닌 히브리어 터부나’의 어원을 ‘구분하다; 짓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지혜가 실력이라면 명철은 실력 발휘다.

     

‘호크마’는 야훼신이 창조한 피조물이 아니라, 야훼를 피조물로 만들어 버리는 원초적인 메트릭스다. ‘호크마’는 성서에서 의인화되어 우주창조와 신을 만들겠다고 처음 등장한다. <요한복음>에는 이 존재를 ‘로고스’라고 불렀다. 로고스는 신와 함께 있었고 신과 대등한 존재로, 그 없이 이 세상에 등장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복음서 저자는 말한다. <잠언> 8장에 등장하는 호크마는 특별하다. 창조주 야훼로부터 구별되는 존재이면서 야훼 자체다. 이런 파격적인 생각은 구약성서에서는 찾기 힘들다. 오직 고대 이집트 창조신화의 도움을 받아야 이해할 수 있다.

     

고대 이집트 우주창조신화는 한 특별한 신을 창조주 신으로 모시는 다음 네 도시를 중심으로 다음과 같이 구별된다: 우주창조 이전의 8신을 기술하는 헤르모폴리스 신화, 창조이후를 기술하는 헬리오폴리스 신화, 정의의 신인 프타신을 중심으로 기술한 멤피스 신화, 8신의 기반이 되는 인식할 수 없는 신인 아문신을 찬양하는 테베신화다.

     

테베신화의 핵심은 도무지 파악할 수 없는 신인 ‘아문’Amun이 등장한다. 아문은 8주신의 일원이 아니지만, 만물을 작동하게 하는 ‘은닉된 힘’이다. 아문은 모든 신을 초월하지만, 개별 신들을 존재하게 만드는 하늘보다 높고 바다의 심연보가 깊은 존재다. 테베신화는 아문의 창조행위를 원초적인 혼돈의 물을 일깨우는 거위의 울음소리와 비유한다. 이 울음소리가 헬리오폴리스의 여덟신와 헤르모폴리스의 아홉신을 생성시키는 힘이다.

     

<잠언> 8장 22-30절은 놀랍게도 ‘아문신’의 속성을 지닌 지혜에 대한 찬양시다. 다음은 그 번역과 해설이다:

     

22.

יְֽהוָ֗ה קָ֭נָנִי רֵאשִׁ֣ית דַּרְכֹּ֑ו קֶ֖דֶם מִפְעָלָ֣יו מֵאָֽז׃

야훼께서 자신이 가야할 도道를 시작할 때, 자신이 일을 하기 전, 그 때부터, 나를 취하셨다.

(해설)

이 문장의 핵심은 동사 ‘카난니’다. 이 단어를 직역하자면, ‘야훼가 나를 취하였다’라는 의미다. 나는 야훼가 우주를 창조하기 전에, 이미 존재하였고, ‘나’를 통해 우주가 생겨났다고 주장한다.

23.

מֵ֭עֹולָם נִסַּ֥כְתִּי מֵרֹ֗אשׁ מִקַּדְמֵי־אָֽרֶץ׃

영원 전에, 땅이 생기기도 전에, 맨 처음에, 내가 주조되었다.

(해설)

22절에 대한 보충설명이다. 영원이란 시간이 존재하기 전, 땅이라고 언급된 우주가 생기기도 전에, 나는 ‘주조’되었다. ‘나삭’이란 의미는 형상을 만들기 위한 주형에 금속을 붓는 행위다. ‘나’는 빅뱅이전에 완벽한 형태를 지닌 존재로 창조이전에 이미 건재하고 있었다.

     

24.

בְּאֵין־תְּהֹמֹ֥ות חֹולָ֑לְתִּי בְּאֵ֥ין מַ֝עְיָנֹ֗ות נִכְבַּדֵּי־מָֽיִם׃

아직 심연이 생기기 전에, 물로 꽉 찬 샘물이 생기기 전에, 나는 산모의 고통으로 태어났다.

(해설)

‘심연’은 창조이전의 상태를 지칭하는 단어다. ‘테호모쓰’는 ‘테홈’의 여성복수형으로 바다의 가장 깊은 장소로 최초의 샘물이 분출하는 장소다. <창세기> 1장 2절에도 등장하는 이 단어는 흔히 ‘깊음’으로 반역된다. ‘테홈’은 바빌로니아 창조신화에 등장하는 바다의 여신이자 혼돈의 여신인 ‘티아맛’Tiamat과 같은 어원에서 유래했다. 그 곳에서 ‘나’는 산모가 아이를 낳기 위해 몸부림치는 고통 가운데 이미 태어났다. 저자가 사용한 ‘훌’(חוּל)이란 단어는 ‘몸부림치며 괴로워하다’란 뜻이다.

     

25.

בְּטֶ֣רֶם הָרִ֣ים הָטְבָּ֑עוּ לִפְנֵ֖י גְבָעֹ֣ות חֹולָֽלְתִּי׃

아직 산들이 자리를 잡기 전에, 언덕이 생겨 나기전, 산모의 고통으로 태어났다.

(해설)

산은 ‘심연’에 대칭되는 단어다. 심연에 비례하여, 그 만큼 높은 산이 등장한다. 최초의 산들과, 침적토에 쌓이면 형성되는 언덕이 등장하지도 전에, 나는 산모의 고통으로 태어났다. 바빌론 창조신화인 <에누마일레시>에 창조이전의 상태는 지평선인 키샬Kishar과 천평선이 안샬Anshar이 존재하지 않았고,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가 쌓아 올린 침적토 언덕인 라흐무Lahmu와 라하부Lahamu가 생겨내기 전이었다. 한마디로 이들을 지칭할 이름이 존재하기 전이었다.

     

26.

עַד־לֹ֣א עָ֭שָׂה אֶ֣רֶץ וְחוּצֹ֑ות וְ֝רֹ֗אשׁ עָפְרֹ֥ות תֵּבֵֽל׃

아직 그가 땅도, 들판도, 세상을 만들 첫 번째 먼지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해설)

시인이 아는 세계인 땅도, 농작을 할 수 있는 들판도, 동물과 식물의 원재료인 먼지도 었던 상태다. 이 묘사는 이집트 신화, 메소포타미아 신화, 리그 베다 만달라 10.129에 등장하는 우주창조신화만큼 간결하고 강력한다. 리그베다 만달라 10.CXXIX의 창조이야기인 나사디야 숙타Nasadiya Sukta, 즉 ‘비존재도 없었다’와 장자(莊子) 〈지북유知北遊> 단락 16에 등장하는 “无无무무”와 유사하다.

     

27

בהכינו שמים שם אני בחוקו חוג על פני תהום׃

그가 하늘을 거기에 두실 때, 심연의 둘레에 경계선을 정하실 때에도, 내가 그곳에 있었다.

(해설)

나는 신이 하늘을 있어야할 곳에 두실 때, 바다의 둘레 경계를 정할 때에, 이미 존재했다. 신이 창조주인 이유는, 하늘을 있어야 할 ‘그곳에 שם’ 완벽하게 두기 때문이다. 히브리어로 ‘하늘’이란 단어 샤마임 שמים은 ‘두개의 물덩이들’이란 뜻이다. 우주가 혼돈의 물로 가득찰을 때, 그 물을 둘로 나누어 하늘에 있는 물과 바다에 있는 물, 그리고 바다에 경계를 두어 육지다. 드러나게 하는 행위가 창조다.

     

28.

בְּאַמְּצֹ֣ו שְׁחָקִ֣ים מִמָּ֑עַל בַּ֝עֲזֹ֗וז עִינֹ֥ות תְּהֹום ׃

그가 저 위에 구름을 강화하시고, 심연의 샘물이 자리를 잡았을 때,

(해설)

구름을 강화하는 이유는, 땅에 눈비를 내려 동식물이 생존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심연의 샘물이 안정되어, 더이상 경계를 넘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다. 하늘의 물을 가두고 있는 창문이 열리고 바닷의 심연이 터지는 행위가 대홍수다.

     

29.

בְּשׂ֘וּמֹ֤ו לַיָּ֨ם ׀ חֻקֹּ֗ו וּ֭מַיִם לֹ֣א יַֽעַבְרוּ־פִ֑יו בְּ֝חוּקֹ֗ו מֹ֣וסְדֵי אָֽרֶץ׃

바다의 경계를 정해, 물이 그분의 명을 거스르지 못하게 하시고, 땅의 기초를 정하셨을 때,

(해설)

29절은 28절의 반복이다. 신은 바다에게 ‘여기를 넘어오지 말라’라고 명령하여 땅의 기초를 정했다.

     

30.

וָֽאֶהְיֶ֥ה אֶצְלֹ֗ו אָ֫מֹ֥ון וָֽאֶהְיֶ֣ה עֲשֻׁעִים יֹ֤ום ׀ יֹ֑ום מְשַׂחֶ֖קֶת לְפָנָ֣יו בְּכָל־עֵֽת׃

‘에흐에’는 그분 곁에 있었던 숨겨진 신, ‘아문’이었다. 나는 날마다 그분을 즐겁게 하여 드리고,

나 또한 그분 앞에서 늘 기뻐하였다.

(해설)

‘나’라는 존재가 누구인지 밝힌다. 그는 야훼 곁에서 함께 우주를 창조한 창조주다. 첫 번째 등장하는 단어인 ‘에흐에ֽאֶהְיֶ֥ה’는 <출애굽기> 3장에 등장하는 야훼의 첫 번째 신명이다. 모세가 야훼에게 이름을 물었을 때, 야훼는 자신의 이름이 ‘에흐에 아쉘 에흐에’라고 대답한다. 그러므로 위문장은 ‘에흐에는 그 옆에서 아문이다’라고 번역할 수도 있다. 그의 이름은 ‘아문’이다. 아문은 이집트 테베 신화에 등장하는 최초 혼돈의 물에 숨겨져 있는 힘입니다. 헤르모폴리스 신화에 등장한다. 특히 이집트 18왕조에서 25왕조까지 추앙받던 세명의 신들 가운데 하나다. 태양신인 아문-라Amun-Ra, 그의 아내인 무트Mut, 그리고 아들이며 달의 신인 콘수Khonsu다.

이 문장의 핵심은 ‘이몬 אָ֫מֹ֥ון’이다. 아몬은 소위 구약성서에서 한번밖에 나오지 않는 단어이기 때문에, 이 신비한 단어를 번역한 기원전 2세기 칠십인역에 등장하는 단어가 그 의미를 확정지었다. 다음은 30행에 대한 칠십인역 번역이다: ἤμην παρ᾽ αὐτῷ ἁρμόζουσα· ἐγὼ ἤμην ᾗ προσέχαιρεν, καθ᾽ ἡμέραν δὲ εὐφραινόμην ἐν προσώπῳ αὐτοῦ ἐν παντὶ καιρῷ. 이 문장을 해석하면 이렇다: “나는 그 옆에, ‘정교하게 솜씨를 발휘하는 자’로 있었다. 나는 그의 기쁨이었다. 매일 나는 정해진 시간에 그의 면전에서 기뻐했다.”

이 문장에 대한 KJV와 RSV의 번역은 다음과 같다:

     

KJV: “Then I was by him, as one brought up with him: and I was daily his delight, rejoicing always before him”

개역한글: “내가 그 곁에 있어서 창조자 (혹은 양육받는 아이)가 되어 날마다 그 기뻐하신바가 되었으며 항상 그 앞에서 즐거워하였으며”

RSV: “then I was beside him, like a master workman (or little child) and I was daily his delight”

표준 새번역: “나는 그분 곁에서 창조의 명공이 되어, 날마다 그분을 즐겁게 하여 드리고, 나 또한 그분 앞에서 늘 기뻐하였다”

     

개역한글 성경은 아마도 흠정역 번역을 그대로 번역하였고, 표준새번역도 아마도 RSV를 번역한 것 같다. 이들 번역이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모두 ‘아몬’이란 단어의 칠십인역 번역 ‘하므로추사’의 의미를 따랐기 때문이다.

     

‘아몬’은 고대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태양신 아문으로, 우주가 탄생하기 전부터 존재했던 신이다. 이집트 ‘아문’은 ‘숨기다; 숨다; 존재하다’라는 의미이며 그리스-로마시대 이집트에서는 ‘소중하게 되다; 창조하다, 형태를 취하다다’란 의미로 확장되었다. 아문신은 이집트 신왕조시대 (기원전 1550-1100년)까지 이집트 만신전의 가장 중요한 신으로 등극하였다, ‘아문’의 의미는 ‘숨겨진 존재’라는 뜻이다. 중왕조시대까지는 아문의 위치가 불분명했지만, 태양신인 라와 융합되면서 ‘신들의 왕’ ‘하늘의 주인’ 혹은 ‘두 땅의 왕조의 주인’이라고 불렸다.

     

<잠언> 8장에 등장하는 지혜의 여신 ‘호크마’ 창조시를 시인은 고대 이집트 아문신의 삼라만상에 숨겨진 힘에 영감을 받아, 이 시를 착성하였다.

     

사진

<아문-라, 무트, 콘수 부조물>

람세스 3세(기원전 1186-1155년), 장례신전,

메디네트 하부, 테베 네크로폴리스, 이집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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