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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8. (木曜日) “서걱서걱”

2024.1.18. (木曜日) “서걱서걱”

     

오늘도 오래전 화전민들의 닦아 놓은 오솔길을 올라간다. 왠지 저 끝에 우리의 구원救援이 숨겨져 있을 것 같다. 며칠 전 내린 함박눈이 을씨년스럽게 부는 겨울바람에 동물의 발자국 소리를 기다리는 악기로 둔갑했다. 15cm 눈이 반려견들과 내가 걸으면 ‘서걱서걱’ 음악 소리를 낸다. ‘서걱서걱’이란 소리는 내 머리에 달린 두 귀가 포착한 음성音聲일 뿐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눈과 사족동물과 이족동물의 발이 만들어내는 음운音韻은 신비하다.

     

우리는 이곳에 가끔, 요즘은 일주일에 한번쯤 오전에 잠시 들리는 손님이다. 이 산의 주인은 나무들과 그들은 언제나 환영하는 야생동물들이다. 쌓인 눈이 인간보다 우월한 동물들의 흔적痕迹을 남겼다. 그들은 짐승들은 네 발로 새들은 두 발로 족적足跡을 남겼다. 반려견들이 코를 통해, 이들의 흔적은 조사한다. 이 손님들은 누구이고, 몸집 얼마나 크고, 건강상태가 어떤지 파악한다. 나도 ‘서걱서걱’ 소리를 내며 이들처럼 족적을 남긴다.

     

야산이 걷는 소리를 울리는 거대한 음악당이다. 우리가 이 산에 오르는 이유가 있다. 산에는 인간들이 훼손하지 않는 특별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곳은 동물들과 식물들이 구축한 정교한 자연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그곳은 오감과 육감을 자극하는 천연의 은총이 있다. 코를 통해, 온 몸으로 맡을 수 있는 찬 공기, 건강한 공기, 귀를 통해 들리는 서걱서걱 소리와 새소리, 사방에서 물어와 내 뺨을 스치는 친절한 바람의 손길, 눈을 돌리면 어디나 변화무쌍하여 겨울을 견디는 나무들. 나를 기쁘게 하고 원래 되어야 할 나를 회복시켜주는 아름다움, 그저 그렇게 자신의 자리를 버티고 서 있는 산의 진실됨, 그리고 모든 동물들의 진입을 마다하지 않는, 친절과 착함이 스며있다.

     

이 공기를 기꺼이 자신의 코와 입을 통해 들이켜 허파로 보내는 자는 감기를 걱정하지 않는다. 감기와 같은 잔병들을, 도시에서 아웅다웅하며 사는 동물들의 자기보전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높은 곳은 공기 뿐만 아니라 빛의 색깔도 다르다. 눈위에 펼쳐진 우리의 그림자가 푸른색이다. 눈을 씻고 봐도 그렇다. 이곳에선 만물이 눈물을 자연스럽게 자아낼 정도로 아름답다. 오감을 통해 원래 인간이 느껴야 할, 숭고함이 온몸을 통해 스며든다.

     

철학이란 말이 아니라 온몸으로 절실하게 느끼는 것이며, 자신이 이 높은 산에서 들어 마신 얼음과 같은 공기를 언행으로 용감하게 내 뱉는 것이다. 종교란 그 결심으로 지금-이순간을 인생의 마지막처럼 살라는 거룩이다. 철학과 종교는, 도서관이나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상하고 의심스럽고 압도적인 것들을, 자신만의 횃대에 올라 수탉처럼 외치는 진언이다. 현대인의 철학이나 사상이 재미가 없고 부패해진 이유는 도서관이나 책상에서 말하기 좋아하는 달변가들과 웅변가들이 만든, 가상세계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인류를 인터넷 판옵티콘에 감금시켜 한 마리 창백한 벌레로 변신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자신이 고안해낸 기계속으로, 높은 곳에서 만들어진 산상수훈을 집어넣고, 그것이 진리라고 광고하고 세뇌시킨다.

     

이것을 깨닫기는 여긴 쉽지않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모세도, 40년을 산길을 다녔다. 그러다 어느 날, 한 번도 들어간 적이 없는 경내에 들어선다. 그것은 신의 은총이자 모세의 인내다. 그 경내입구에는 팻말이 없다. 오랫동안 인내를 가지고 수련하는 자에게 갑자기 열리기 때문이다. 그가 산 너머 뒤편에 자연스럽게 들어간다. 그리고 눈과 귀가 열려, 새로운 것을 보고 듣는다. 그리고 깨닫는다. 그 경계 너머에선, 그가 서 있는 곳이, 어디나 거룩한 땅이란 사실을!

     

로마시인 오디디우스는 <아모레스Amores>라는 시에서 이 비밀을 발견하는 심정을 표현한 구절이 있다. 그는 인류의 최고의 가치이며, 모든 사람을 기꺼이 굴복시키는 가치인 ‘사랑’을 노래한다. 사랑이란, 타인이 보기에는 금지된 것을 감히 시도하는 용기이자. 자신의 영혼의 한계를 시험하는 궁극이다. 죄란 무지가 아니라, 사랑을 시도하지 않는 비겁이다. 사랑에 관해 사람들이 구축한 이상들은 우상일 뿐이다.

     

그가<아모레스> III.4.17에서 삶의 중요한 가치를 라틴어로 이렇게 표현한다:

nitimur in vetitum semper cupimusque negata;

니티무르 인 웨티툼 셈세르 쿠피무스퀘 네가타

나를 찾아오는 이 문장의 번역은 이렇다;

“우리는 항상 금지된 것을 추구하고, 거절된 것을 욕망해야합니다.”

     

21세기 현대인이라면, 누가 만든 철학사상이나 종교-교리, 혹은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진리에 중독되지 말아야한다. 그 진리는 우리를 숨차게 만드는 우리 마음속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버티고 있고, 그 자유는 우리 마음 속 바다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불로초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감히 타인과 대중이 하지 말하고 한 것을 항상 추구하는 자다. 그는 그들이 거절한 것을 첫사랑의 대상처럼 욕망하는 자다. 아무도 들어가지 않은 경내로 들어가십시오! 그리고 자신의 발자국 소리, ‘서걱서걱’소리를 경청하십시오. 그 소리가 당신을 구원할 것입니다.

     

영상

<서걱서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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