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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 (金曜日) “성소聖所”

2024.1.12. (金曜日) “성소聖所”

     

집 뒷마당과 이어진 야산으로 산책을 가면 항상 방문하는 장소가 있다. 산등선 위로 몰래 올라와 전나무와 소나무 가지들 사이로 우리를 반드시 찾아오는 태양이다. 이 언덕도 그 햇빛을 맞이하기 위해 등을 올렸다. 이 곳에 도착하면, 거친 숨소리도 가라앉고 저절로 침묵하게 되는 장소다. 이곳을 나의 예루살렘으로 정한지 6개월이나 되었다. 이 야산을 샅샅이 뒤진 후에, 발견한 나의 거룩한 마콤이다.

     

일상의 시간과 공간을 거룩하게 만드는 것은, 종교전통이나 전통, 혹은 전설이 아니다. 내가 그곳에 정성을 드리면, 그곳이 나를 변모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일상日常을 별나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작정하고 시간과 장소를 일상에[서 구별하면 된다. 오늘이란 시간을 일일시간표로 넣고, 내 몸이 가는 장소에 의미를 두고 구별한다. 나에게 어울리는 일과표를 작성한다. 자연히 야마yama와 니야마niyama가 생긴다.

     

그것을 지켜, 온전히 나의 일상으로 만든다면, 그는 이미 ‘된사람’Becoming Human이다. ‘난사람’은 타인과 비교하여, 남이 보기에 지적으로, 경제적으로, 도덕적으로 우월한 인간이다. 난사람은 스스로 홀로 존재하지 못하고, 남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는 금메달이다. 그러나, 된사람은, 자신과 경쟁한다. 그는 오랫동안 방치하여 녹슨 마음의 거울을 매일 갈고 닦는 사람이다. 된 사람은, 타인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을 본다. 자기 심경에 비춰 손색이 없는지 조용히 보는 자다.

     

신이 ‘처음’이라는 시간을 가지고 ‘우주’와 그 안에 무생물과 생물을 창조한 것처럼, 신의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인간도 처음이란 시간을 가지고 하루를 창조해야 한다. 스케줄은, 하루를 일생처럼 살고 싶은 된사람들이 지켜야 할 이정표다. 스케줄이 정해지면, 내가 그 시간에 거할 장소가 등장한다. 이 장소는 누구나 가고 싶은 유명한 장소가 아니라, 내가 정하고, 오랫동안 드나들고 정성을 쏟아, 특별한 장소로 변한 곳이다.

     

된사람이 하루에 자신이 수행해야 할 정교한 시간표를 작성했다면, 그 행위가 이루어지는 공간을 구별한다. 공간은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 자신이 온전한 인간이 되기 위해 매일 수련하는 장소다. 일상의 시간이나 공간은 이 구별을 통해, 성스러운 시간과 장소가 된다. 이 공간은 자신이 매일 혹은 일주일에 한번씩 반드시 가서 변화된 자신을 응시하는 성소聖所다.

     

내가 정한 성소는 두 군데다. 한 곳은 집 안에 있고, 다른 곳은, 야산의 한 장소다. 첫 번째 성소는 새벽에 일어나면 바로 올라가는 테크노짐 트리이드밀 MyRun이다. 내가 이 러닝마신에 올라가면, 스위치만 누르면 저절로 돌아가는 밸트가 내 발과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러닝머신은, 좁은 사적인 공간에서, 내가 오늘 떨쳐야 할 어제의 걱정과 습관을 걷기와 달리기를 통해 덜어낼 수 있는 최적의 도우미다. 12년전에 인생의 반을 통과하면서 스스로에게 선물하였다. 500m를 걷다가, 3km정도를 달리면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땀이 몸으로 흘러내리기 시작하면, 속도를 올려, 2km를 더 달린다. 2km라는 지옥문을 통과하면, 언제나 천국이 찾아온다. 마지막 0.5km를 속도를 줄여 숨을 고른후, 운동 매트 누우면, 한이 없는 평안에 찾아온다. 폭풍 후에 고요가 찾아오는 것처럼, 달리기를 한 후, 기진맥진하여 송장자세로 누워있으면, 알 수 없는 평안과 힘이 온몸에 퍼진다.

     

두 번째 성소는 자주 올라가는 야산 능선 중턱에 나뭇가지로 그어놓은 직사각형 땅이다. 요즘은 눈이 자주 내려, 직사각형을 표시한 줄이 희미해졌다. 나는 부러진 가지 하나를 주워, 직사각형을 다시 그렸다. 이곳은 지난 2년동안 누구도 와 본적이 없는 나만의 공간이다. 이 안으로 들어가면, 누군가 ‘신을 벗어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함이 깃든 공간이다’라는 말하는 것 같다.

     

내가 정사각형이 아니라 직사각형으로 성소를 그린 이유가 있다. 그 안에 들어가 저 멀리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요가의 기본동작인 수르야 나마스카라 a와 b를 각각 세 번씩 반복하기 위한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요가동작들 가운데 얼굴을 아래로 향한 개의 자세인 아도무카 스바나사나Adho Mukkha Svanasa는 몸통을 늘이고 가슴은 펴고, 다리를 사건으로 버티는 요가의 기본동작이다. 오늘도 내가 가야할 길을 어김없이 가겠다는 다짐과 누구를 만나던 침묵과 친절을 수행하겠다고 결심한다. 이 두장소는 나에게 비티칸이나 예루살렘보다 거룩하다. 왜냐하면, 내가 그 장소를 방문하여, 언제나 나의 신체와 영혼을 수련시키기 때문이다.

     

사진

<나의 성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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