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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9.9. (土曜日) “자신을 위해 떠나십시오”

2023.9.9. (土曜日) “자신을 위해 떠나십시오”

지난주 수요일 예수회센터에서 <소명, 희생, 각성>이란 주제를 가지고 창세기 12-36장 공부를 시작하였다. 100여 분이 등록하셨는데, 40여분은 현장에 참석하였고, 지방에 있거나 외국에 계신 분들 60여분은 촬영한 동영상을 시청한다고, 관계자가 내게 말했다. 나는 3년 전 ‘더코라’를 도산공원 앞에 마련하여 다양한 부류와 소통하고 공부해왔다. 더코라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장소이다. 이제부터는 내가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 가기로 마음 먹었다.

이번 가을부터 스케줄을 이렇게 잡았다. 매주 수요일엔 서강대 ‘예수회센터’에서 성서 강의를 진행하고, 격주 수요일 저녁에는 부천에 있는 태풍테권도장에 가서 영시를 통한 ‘생명수업’을 진행한다. 다음 달부터는, 매주 화요일 저녁에 경영자들을 위해 서울에서 ‘위대한 리더’라는 수업을 진행하고, 매주 토요일에는 서초동에 있는 ‘흰물결아트센터’에서 토요영성대학을 진행한다. 영성대학에서 어른들을 위해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과 초중등학생을 위해 ‘영시’를 다룰 예정이다. 한 달에 한 번은 ‘위대한 동반자, 반려견과 인간’에 관한 강의를 남산 모처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3년동안 신사동에 마련한 ‘더코라’라는 공간은, 나에게 고요를 수련하는 고치였다. 이제 고치에서 나와, 초심으로 돌아가 우리 사회에 희망이라는 씨앗을 곳곳에 뿌리고 싶다. 내가 ‘예수회센터’에서 강의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이근상센터장님의 요청도 있었지만, 그리스도교를 포함한 종교들이 그 본래 역할을 잃고,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지도 못하고 영적인 마취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성서에 등장하는 탕자의 비유에 등장하는 첫 번째 아들이다. 둘째 아들은 집을 떠나 고생하면서 아버지 집에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첫째아들은, 아버지 눈치만 보고, 회개하고 돌아온 둘째아들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못난 인간이다. 강의 내용이 촬영되어 유튜브로 만들어 진다.

이 강좌는 이렇게 진행된다. 매주 수요일 2-4시에 마크 샤갈의 그림 설명, 히브리 원전 번역과 의역, 그리고 참석자들의 질의-응답시간이다. 이 질의-응답시간을 1시간 정도 할애하여, 성서 본문과 더 나아가 삶의 고통에 관해 이야기한다. 1시 20분경에 도착하여 성당 안에 앉았다. 오랜만에 성소에 와서 눈을 감으니, 마음이 편하다. 앞으로 10주간 이곳에 오는 이 시간을 온전히 나를 발견하여, 내가 해야 할 임무를 발견하는 시간으로 삼으면 좋겠다고 다짐하였다. 사람들이 한 명 두명 성당으로 들어오기 시작하였고, 더코라에서 함께 공부했던 도반들도 보였다.

이 강좌를 진행하는 이유는, 종교가 더 이상 우리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천덕구니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며칠 전 돌아가신 서강대 길희성교수님의 책 <아직도 교회에 다니십니까>라는 질문처럼, 종교는 한국인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었다. 자신과 다른 것을 인정하고 포용하지 않고, 자신이 우연히 접한 종교만이 유일무이한 진리로 여기는 종교인이 대부분이다. 이 강의들이 이냐시오가 회복한 영성, 루터가 꿈꾼 종교혁신이 우리 사회에서 조용하게 일어나면 좋겠다.

오늘은 아브라함의 소명에 관한 내용이 적힌 <창세기> 12장 1-5절을 다뤘다. 하느님이 느닷없이 등장하하여 바벨탑과 같이 인간이 자랑하는 문명도시를 버리고, 새로운 땅을 향해 인생여정을 시작하라는 신의 명령이다. 다음은 <창세기> 12장 1-5절에 대한 히브리어 원문 번역과, 그 번역에 대한 의역이다:

I. 원문번역 직역

창세기 12.1

וַיֹּ֤אמֶר יְהוָה֙ אֶל־אַבְרָ֔ם לֶךְ־לְךָ֛ מֵאַרְצְךָ֥ וּמִמֹּֽולַדְתְּךָ֖ וּמִבֵּ֣ית אָבִ֑יךָ אֶל־הָאָ֖רֶץ אֲשֶׁ֥ר אַרְאֶֽךָּ׃

야훼께서 아브람에게 말씀하셨다: 너 자신을 위하여, 네 고향, 친족, 네 아버지의 집을 떠나라.

그리고 내가 너에게 (길을 떠나면) 보여줄 그 땅으로 가라.”

창세기 12.2

וְאֶֽעֶשְׂךָ֙ לְגֹ֣וי גָּדֹ֔ול וַאֲבָ֣רֶכְךָ֔ וַאֲגַדְּלָ֖ה שְׁמֶ֑ךָ וֶהְיֵ֖ה בְּרָכָֽה׃

“그리하면 내가 너를 위대한 나라로 만들고 너를 복福을 주고, 네 이름을 위대하게 만들어, 복福이 되게 하리라.”

창세기 12.3

וַאֲבָֽרֲכָה֙ מְבָ֣רְכֶ֔יךָ וּמְקַלֶּלְךָ֖ אָאֹ֑ר וְנִבְרְכ֣וּ בְךָ֔ כֹּ֖ל מִשְׁפְּחֹ֥ת הָאֲדָמָֽה׃

나는 너를 축복하는 자를 복을 주고, 너를 저주하는 자를 저주할 것이다. 너를 통해 땅에 거주하는 모든 친족들이 복을 받을 것이다.

창세기 12.4

וַיֵּ֣לֶךְ אַבְרָ֗ם כַּאֲשֶׁ֨ר דִּבֶּ֤ר אֵלָיו֙ יְהוָ֔ה וַיֵּ֥לֶךְ אִתֹּ֖ו לֹ֑וט וְאַבְרָ֗ם בֶּן־חָמֵ֤שׁ שָׁנִים֙ וְשִׁבְעִ֣ים שָׁנָ֔ה בְּצֵאתֹ֖ו מֵחָרָֽן׃

아브람은 야훼께서 말씀하신대로 떠났다. 롯도 그와 함께 갔다. 그가 하란을 떠났을 때, 그는 칠십오세였다.

창세기 12.5

וַיִּקַּ֣ח אַבְרָם֩ אֶת־שָׂרַ֨י אִשְׁתֹּ֜ו וְאֶת־לֹ֣וט בֶּן־אָחִ֗יו וְאֶת־כָּל־רְכוּשָׁם֙ אֲשֶׁ֣ר רָכָ֔שׁוּ וְאֶת־הַנֶּ֖פֶשׁ אֲשֶׁר־עָשׂ֣וּ בְחָרָ֑ן

וַיֵּצְא֗וּ לָלֶ֙כֶת֙ אַ֣רְצָה כְּנַ֔עַן וַיָּבֹ֖אוּ אַ֥רְצָה כְּנָֽעַן׃

아브람은 그의 아내, 사래, 그의 조카 롯, 그가 획득한 모든 소유물, 그가 하란에서 얻은 사람들을 취하였다. 그는 가나안 땅으로 가려고 나섰고 가나인 땅에 도착하였다.

위 번역에 대한 의역은 다음과 같다. 의역은 누구나 성경을 깊이 읽고 자신의 삶을 비추면, 드러나는 이야기다.

II. 의역

창세기 12.1

“갈급渴急한 영혼靈魂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신 분, 야훼께서 아브람에게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닫게 해 주셨다: 자, 지금只今, 부모로부터 우연히 태어난 존재가 아닌, 자기-자신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네가 할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너에게 정체성을 준 모든 것을 과감하게 버려라. 다음 세가지다. 첫째, 네가 태어난 곳, 즉 고향이다. 둘째, 네가 그 땅에서 관계를 맺은 친족과 친구들이다. 셋째, 너를 보호해준 직계가족이다. 만일 네가 이 세 가지를 버리고 새로운 여정에 들어 선다면, 그때 나는 네가 가야만 하는 새로운 땅을 보여줄 것이다. 아니, 너는 이미 그 위대한 길위에 있는 자신을 발견發見할 것이다.”

창세기 12.2

그리하면, 내가 너를 통해 위대한 나라를 만들 것이다. 내가 너를 우주 삼라만상의 섭리를 깨달아 알고 승복하는 존재로 만들 것이다. 네 존재의 전부인 이름을 듣는 모든 이들에게 신비神祕, 전율戰慄, 매력魅力에 사로잡히게 만들고, 너 자신이 삶의 행복과 불행, 고통과 기쁨, 선과 악, 상승과 하강, 양과 음, 천국과 지옥, 신과 인간, 자연과 인간. 타인과 자신을 하나로 여길수 있는, 순명順命하는 인간이 될 것이다.”

창세기 12.3

나는 너를 축복하는 자를 복을 주고, 너를 저주하는 자를 저주할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너는 고향을 떠나는 순간, 아브람이 아니라, 신적인 카리스마를 지니게 될 것이다. 너를 통해 지상에 거주하는, 너와 연관을 맺은 모든 이들이 복을 받을 것이다.

창세기 12.4

아브함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왜 자신이 그런 음성을 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은 분명,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침묵의 소리였다. 아브람이 혼동에 휩쌓여 있을 때, 아내 사래는 그것은 신의 계시라고 확인해 주었다. 그녀는, 그의 양심에 침묵의 소리를 전달한 분은 야훼라고, 남편에게 확신시켜주었다. 그의 조카인 롯도 삼촌과 외삼촌의 거룩한 여정에 합류하였다. 아브람이 하란을 떠났을 때, 그는 칠십오세였다.

창세기 12.5

아브람의 아내 사래는 남편의 결정을 존중하였다. 아브람은 그의 아내, 사래, 미지의 세계에 대한 모험심이 강한 조카 롯, 그가 우르와 하란에서 불린 많은 가축들, 그리고 가축을 기르기 위한 일꾼들을 데리고 하란을 떠났다. 그들이 가려는 장소는 가나안이다. 그들은 하란에서 가나안까지, 오래된 대상길을 따라 며칠을 걸어갔다. 드디어 가나안 땅에 도착하였다.

위 번역과 의역에서 핵심은 ‘레크 르카’라는 문구다. ‘레크 르카’는 12장 1절에 등장하는 첫 번째 동사로 ‘떠니라!’라고 흔히 번역된다. 이 문구의 핵심은 ‘르카’이며, ‘르카’는 ‘너 자신을 위해’라는 뜻이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지금 내가 떠올린 생각이며,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려는 의지이며, 그 의지가 만들어낸 행위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에 쌓아 올린 현상 유지의 도구들, 즉 고향이 가져다주는 권력, 친족이 가져다주는 명성, 그리고 집안이 가져다주는 안정을 유기하고, 내가 가야만 하는 그 땅을 향해 나서야 한다. 그 목적지는 짖궃게, 내가 여정에 나서야만 가만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보물이다. 나는 그런 목적지를 향해 나서고 있는가? 아니면 과거에 안주하여 약간의 안위를 잃을까, 전전긍긍하는가? 자신을 위해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발을 디디십시오.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vfYM_newmwA&t=625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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