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8.5. (土曜日, 266th) “아사나”
반려견들은 나에게 매 순간 어떤 마음가짐, 몸가짐, 그리고 영혼가짐을 취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스승이다. 찜통 여름을 보내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기 위해, 오늘도 아침의례, 산책을 수행한다. 오전 7시이지만, 기온은 벌써 섭씨 25도다. 특히 몸집이 큰 샤갈은 더위를 쉽게 먹기에, 다른 계절보다 일찍 산책길에 나서야 한다. 뒷마당과 연결된 야산은 가파라, 반려견들이 거부한다. 우리는 차에 몸을 실고, 연인산쪽 계곡으로 간다. 연인산 입구에 정차한 후, 걷기 시작한다.
아스팔트를 따가 가파른 언덕을 오른다. 왼손으로 샤갈과 벨라 리드 줄을 잡고 오른 손으로는 예쁜이 리드줄을 잡는다. 샤갈과 벨라는 가고자 하는 방향이 항상 다르다. 우리가 모두 전진하게 위해서는 한쪽이 양보해야한다. 등치가 큰 샤갈이 항상 져준다. 가끔 예쁜이도,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강하게 리드줄을 당겨 우리를 멈추게 만든다.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아이폰을 꺼내 이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빨간 하니스를 입은 벨라는 샤갈을 쳐다보고 웃고, 녹색 하니스을 입은 태양에 눈이 부셔 반쯤 눈을 감고 내게로 고개를 돌린다. 예쁜이는 지쳐, 빨리 시냇가로 가자고 보챈다. 긴 팔 점퍼, 모자, 선글라스까지 끼었지만, 이마에선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반려견들은 나의 요가 스승이다. 언제나 완벽한 몸가짐을 유지한다. 올바른 몸가짐은 최상의 마음가짐과영혼가짐을 훈련하는 지름길이다. 영혼은 몸에 기생하는 어떤 것에 대한 명칭일 뿐이다. <요가수트라>를 편집한 인도 성현 파탄잘리는 요가를 여덟 가지 단계로 설명한다. 그 단계는 마치 야곱의 사다리처럼, 땅에 시작하여, 점점 좁아지는 사다리의 지지대와 같다. 그는 <요가수트라: 수련품> 경구 29에서 이 여덟가지 단계를 ‘아슈탕가요가’라고 명명하고, 그 내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यमनियमासनप्राणायामप्रत्याहारधारणाध्यानसमाधयोऽष्टावङ्गानि॥२९॥
yama niyama-āsana prāṇāyāma pratyāhāra dhāraṇā dhyāna samādhayo-‘ṣṭāvaṅgāni
야먀 니야마 아사나 프라나야마 프라트야하라 다라나 드야나 사마다요-슈탕가니
(직역)
하지 말아야할 것, 해야할 것, 몸가짐, 호흡가짐, 감각제어, 집중, 몰입, 그리고 삼매가 요가의 여덟가지 단계다.
(의역)
요가의 첫 번째 단계는, 하지 말아야할 것을 알고, 그것을 하지 않는 수련인 야마yama다. 야마는 수련자가 자신의 삶을 가만히 응시하여, 무심코 반복하여, 자신을 과거로 중독시키는 언행을 하지 않는 것이다. 야마는 여러분만의 not-to-do 리스트를 만들어, 한동안 그것을 지키는지 점검한다.
요가의 두 번째 단계는, 야먀를 통해, 군더더기와 같은 나쁜 습관들을 걷어내, 이기적인 생각과 행위로부터 자유롭게 되면, 자신의 상황에 어울리는, 자신이 할수 있고 해야만 하는 것들을 선별해내고, 그것들을 차근차근 지켜 자신의 거룩한 습관으로 만드는 ’니야마‘niyama 수련이다. 니야마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to-do-list를 작성하여, 한동안 자신의 일부가 되도록 지켜보는 것이다.
요가의 세 번째 단계는, 야마와 니야마를 통해, 가장 먼저 신체에서 쓸데없는 행위를 제거하여, 고요하게 만드는 훈련인 ’아사나‘asana다. 요가수련자는 모든 행위는 정교한 훈련을 통해 완성되야한다. 앉은 모습, 걷는 모습, 식사하는 모습, 웃는 모습, 생각하는 모습 등은, 그 순간에 아무렇게나 드러나는 표현이 아니라, 물처럼, 구름처럼, 자연스러운 최적화된 모습이다. 파탄잘니는 아나사를 경구 46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몸가짐은 움직임이 없고 편해야 한다.” 아나사를 가장 잘 드러내는 표현이 정중동靜中動이다. 움직임가운데 고요가 있고 고요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는 상태다.
요가의 네 번째 단계는, 완벽한 아사나를 구현하기 위한 근간인 숨을 자연스럽게 조절하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 2만3천번정도 숨을 쉰다. 숨이란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이자, 육체와 정신을 작동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숨이 가쁘면 집중할 수 없고, 올바른 동작이 나올 수 없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숨을 자동적으로 숨을 쉬지만, 들숨과 날숨을 의식하여 다스린다면, 요가의 심오한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 이 네 번째 단계를 ’프라나야마‘pranayama라고 부르는데, 직역하자면, 쓸데 없는 숨을 제거하여 간결한 숨을 획득하는 수련이다.
요가의 다섯 번째 단계는, 호흡가짐을 통해 진입할 수 있는 감각제어다. 외부의 자극에 대해 반응하는 오감을 제어할 수 있는 단계다. 외부의 자극은 우리의 오감,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을 통해 반응하지만, 요가수련자는 자신의 감각을 제어하여, 자신이 허용한 감각으로만 대응할 수 있다. 감각은 과거의 경험을 기반으로 형성된 번뇌의 일종이기에, 지금-여기에만 반응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 단계를 프라트야하라pratyahara라고 부른다.
요가의 여섯 번째 단계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일생의 임무를 찾아 나서는 집중集中훈련이다. 집중이란, 수련자를 유혹하는 많은 경우의 수 가운데, 유일한 하나를 선택하는 용기다. 메시는 축구를 찾았고, 오타니는 야구를 찾았다. 괴테는 문학을 찾았고 단테는 시를 찾은 것이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한 가지가 있다. 선생은 학생들에게, 그 한 가지를 찾아 나서라고 격려하는 응원군이다.
요가의 일곱 번째 단계는, 몰입沒入이다. 몰입은 집중 훈련을 본격적으로 오랫동안 진행한 수련자에게 허용되는 신의 선물이다. 인간은 몰입단계를 통해, 천재가 된다.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 오랫동안 인내하고 시련과 고통을 통해 담금질 되면, 그는 소위 러너스 하이 단계로 진입한다. 남들에게 고통이지만, 그에겐 더 이상 고통이 아니다. 뇌에서 도파민이 등장하여,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단계로 진입한다. 누구나, 진정한 자신을 발견한다면, 그는 몰입을 통해, 자신이 간절하게 원하는 위대한 자기-자신이 될 수 있다.
요가의 여덟 번째 단계는, 삼매三昧다. 삼매의 단계는, 몰입을 통해, 수련자가 하는 모든 언행은 탁월하다. 예수, 노자, 붓다가 그랬을 것이다. 이들은 자신이 곧 우주이며, 우주가 자신이 된 ’아함 브라흐마스미‘aham brahmasmi단계에 진입한 성인들이다.
마침내, 우리는 뜨거운 아스팥트를 기나 신선한 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려오는 시냇가로 내려갔다. 내가 지난 일년동안 이곳에 왔지만, 어떤 사람도 마주치지 않는 파라다이스다. 다시 아이폰을 꺼내 들고 반려견들을 핸드폰에 담았다. 맨 먼저 물속으로 첨벙 들어간 샤갈이 어딘가를 응시하고 웃는다. 벨라는 건너편 숲을 보고 활짝웃고 예쁜이도 뒤를 돌아본다. 내가 이들에게 ’치즈‘라고 소리치지 않아도 된다. 손가락으로 하트모양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이들의 몸가짐은 언제나 베스트 샷이다. 나의 아사나는 정중동인가? 고요하고 동시에 편안한가?
사진
<산책중 샤갈, 벨라, 예쁜이>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