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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면 선착장에서 올려다 본 나뭇가지들>
2022.3.2. (水曜日) “진정眞情”
아침 일찍 선착장으로 산책을 나갔다. 그 꽁꽁 얼었던 청평호수가 서서히 녹기 시작한다. 가장자리 물이 찰랑거리지만, 이 거대한 빙판을 녹이기는 역부족이다. 3월 중순까지는 얼음이 남아있을 것이다. 선착장에 누어 하늘을 보았다. 태양은 여전히 저 멀리서 찾아온다. 추운 겨울을 견딘 앙상한 가지들은 자신이 아직 건재하다고 외친다. 내가 손을 대면 금방 부러질 것 같은 가지지만, 기세가 등등하다. 이 봄에 하늘의 기운을 받아 연두색 싹을 틔울 것이다.
가지하나 하나가 특별하고 진실하다. 그 말라비틀어진 줄기가 자신 안에 생명이 숨겨 있다고 말하며 하늘 높이 머리를 들어올린다. 가지에는 죽음이 생명이고 생명이 죽음이다. 가지는 종말론적이다. 산책을 다녀와, 그 가지의 의연함을 상기하며 미국 시인 매리 올리버의 <죽음이 오면>이란 시를 번역해 보았다. 가만히 마음으로 읽어보시면 좋겠다.
When death comes
by Mary Oliver
When death comes
like the hungry bear in autumn;
when death comes and takes all the bright coins from his purse
죽음이
가을철 배고픈 곰처럼 다가올 때;
죽음이 다가와 나를 사기 위해 지갑에서 빛나는 동전들을 모두 꺼낸 후,
to buy me, and snaps the purse shut;
when death comes
like the measle-pox
그 지갑을 덥석 닫을 때;
죽음이
홍역처럼 다가 올 때,
when death comes
like an iceberg between the shoulder blades,
죽음이
어깨빼들 사이에 있는 빙산처럼 다가 올 때,
I want to step through the door full of curiosity, wondering:
what is it going to be like, that cottage of darkness?
나는 호기심으로 가득 차 그 문을 통해 나가 보고 싶다.
그 어두운 오막살이는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하겠지.
And therefore I look upon everything
as a brotherhood and a sisterhood,
and I look upon time as no more than an idea,
and I consider eternity as another possibility,
그래서 나는 모든 것을
형제처럼 그리고 자매처럼 바라본다.
그리고 시간을 하나의 관념으로만 바라본다,
그리고 영원을 또 다른 가능성으로 여긴다.
and I think of each life as a flower, as common
as a field daisy, and as singular,
그리고 개개 인생을 꽃처럼 일상으로,
들판의 국화처럼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and each name a comfortable music in the mouth,
tending, as all music does, toward silence,
그리고 개개 이름을 입안의 편안한 음악으로
모든 음악이 그러하듯이, 침묵을 향해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and each body a lion of courage, and something
precious to the earth.
그리고 모든 육체를 용맹한 사자로,
대지에 소중한 어떤 것으로 생각한다.
When it's over, I want to say all my life
I was a bride married to amazement.
I was the bridegroom, taking the world into my arms.
삶이 끝나면, 나는 내 삶에 대해 말하고 싶다.
나는 경이와 결혼한 신부였다.
나는 세상을 두 팔로 안은 신랑이었다.
When it's over, I don't want to wonder
if I have made of my life something particular, and real.
삶이 끝나면, 나는 궁금해 하지 않는다.
만일 내가 내 삶을 특별特別하고 진정眞情으로 살았다면,
I don't want to find myself sighing and frightened,
or full of argument.
나는 한숨짓거나, 두려워하거나 주장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싶지 않다.
I don't want to end up simply having visited this world
나는 이 세상을 그저 방문한 것으로 끝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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