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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7.14(火曜日) “적응適應”

2020.7.14(火曜日) “적응適應”

제 이름은 베티입니다. 제가 새로운 집에 입양되어 잘 적응하고 있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지난 7개월 동안 지내던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한 동물병원을 떠났습니다. 저는 그동안 이곳을 찾는 모든 반려견들과 그들의 보호자들을 반갑게 맞아하고 놀아주는 접수안내자였습니다. 병원에 들어서는 친구들의 표정을 힐끗 보거나, 다가가 몸 냄새만 맡아도 그 친구가 어디가 아픈지 금방 알아냅니다. 그러곤 그들이 이 병원에서 편안히 지낼 수 있도록 친구가 되어주었습니다.

지난 해 12월 저의 비참한 상태를 보고 구조하여 병원에서 성공적인 수술을 주선한 부부가, 토요일 오후에 병원에 찾아왔습니다. 그들이 병원으로 들어오는 순간에 너무 기쁜 나머지, 그 부부 주위를 30바퀴 돌았습니다. 제가 누구의 주위를 그렇게 돈다는 것은, 너무 기쁘다는 표시입니다. 그들은 학대당하는 개들의 마음을 이해하여, 개들에게 가장 행복한 것이 무엇인지 상상하여 그대로 실천하는 분들입니다. 그들은 그런 개들의 주인과 협상하여 소유권을 이전받아 치료할 뿐만 아니라,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을 찾아 입양시켜줍니다.

그날따라, 퇴근했던 원장님도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처음 있는 일입니다. 저는 무슨 중요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직감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병원으로 들어선 원장님의 심장을 쿵쿵 뛰고 있었고 눈가는 이미 촉촉하게 젖어있었습니다. 다른 수의사들로 저를 한 번씩 들어올리며 “사랑해, 잘 지내길 바래!”라고 눈물을 흘리며 작별 인사를 합니다. 제가 이 병원에서 밤에 잘 때, 푹신한 잠자리를 마련해 주고 먹을 것을 챙겨주던 간호사는 말을 잇지 못하고 저를 가슴에 꼭 껴안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녀의 심장소리가 얼마나 크던지! 그녀가 침묵으로, 앞으로 펼쳐질 제 삶이 행복하길 기원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날 밤 제가 가족의 일원으로 입양될 집이 아니라, 저를 구조한 부부의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 집엔 반려견 셋이 있습니다. 8살 난 암수 진돗개 둘과 4살 난 시바견 하나입니다. ‘샤갈’과 ‘벨라’라는 신기한 이름을 지닌 진돗개들은 어려서부터 이 집에서 지냈고 시바견은 후에 입양되었습니다. 시바견은 피부병으로 온몸이 진물이 흘리며, 읍내 시장에 돌아다니던 유기견이었다고 합니다. 이 부부는 끔찍한 시바견의 이름을 역설적으로 ‘예쁜이’이라고 불렀습니다. 지금은 그 이름 덕에, 정말 예쁜 시반견으로 변모했습니다. 자신의 영역에 누가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는 샤갈과 벨라가 예쁜이를 가족의 일원으로 수용한 것은 기적입니다. 샤갈과 벨라는 낯선 나를 반기지 않았지만, 예쁜이는 저를 동정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강과 산을 보고 냄새를 맡았습니다. 정말 자연은, 신기한 냄새로 가득한 천국입니다.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가족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감동스러운 일인지!

이들은 그 다음 날 오후 저를 차에 태우고 제가 입양될 집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1시간은 족히 달려갔습니다. 우리가 도착한 장소는 양평이었습니다. 그 집은 마을 꼭대기에 위치하여 멀리 산이 보이는 풍광이 좋은 장소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집은 펜스로 둘려져 있었습니다. 마치 반려견들이 하루 종일 뛰어놀 수 있도록 특화된 놀이터 같습니다. 우리가 도착하여 벨을 누르자, 저를 입양할 집주인이 나옵니다. 만면의 미소를 띤 얼굴이 맑은 분입니다. 저는 사실 이 분을 병원에서 몇 번 마주쳤습니다. 그는 자신이 키우는 반려견 둘을 면역 접종하러 종종 들렸습니다. 그는 그 병원에서 저를 볼 때마다 측은히 여겼습니다. 가족이 없어 병원에서 환자들을 접대하고 있는 저를 언젠가 입양하겠다고 생각했던 분인 것 같습니다.

저는 새로운 보호자를 조용하고 감격스럽게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 역사적인 순간을 방해는 이들이 갑자기 마당을 돌아 우리 앞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들은 펜스 건너편에서 꼬리를 좌우로 흔들며 저를 반겼습니다. 아뿔싸! 이집에는 이미 반려견 셋이 보호자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이 보호자는 이들 반려견들과 행복하게 살기위해 두 가지를 결심했다고 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반려견들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삶의 터전을 강남에서 시골로 이사하기. 그는 실제로 마당이 있는 이곳 양평으로 전원주택으로 이주하였습니다. 둘째는, 반려견들의 훌륭한 보호자가 되기 위해, 향후 15년은 건강하게 살기. 그가 이곳으로 이주한 후, 자연히 사람들과의 불필요한 만남을 줄이거나 없애는 간결한 삶을 살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를 온몸을 흔들며 반기는 반려견들의 이름은 이렇습니다. 윤이 나는 검은 색 털을 온 몸에 두른 지닌 ‘탄이’, 탄이의 발은 저와 마찬가지로 발에 하안 장갑을 신은 것처럼, 흰색 털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온 몸이 빛나는 흰색인 ‘설이’, 설이는 이름대로 눈부신 함박눈처럼 온통 흰색입니다. 그리고 갈색, 회색 그리고 흰색으로 휘감은 ‘반달’입니다. 제가 이들을 모두 압니다. 설이와 탄이가 병원에 올 때마다 저와 함께 놀았습니다. 제가 이들과 함께 지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특히 반달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반달은 이곳에 입양되기 전에 저와 함께 병원에서 거의 한 달을 동고동락했기 때문입니다. 장난치기를 좋아하고 지혜로운 반달과 함께 매일 매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지난 4월 어느 날, 반달이 이 집으로 입양되면서 병원을 떠났습니다. 저는 그때 우울증이 얼마나 무서운 마음의 병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꿈에 그리던 반달을 제가 지금 만난 것입니다. 제가 펜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이들은 저를 코를 들이대고 제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이내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영역에 들어온 저를 거부하거나 경계할 수도 있었지만, 저를 온전히 가족의 일원으로 반기기로 결정한 것 같았습니다.

로운 보호자는 제가 탄이, 설이, 그리고 반달과 함께 순조롭게 적응할 수 있는지 걱정하는 눈치였지만, 그 걱정은 기우杞憂였습니다. 저를 구조해준 부모와 새로운 보호자는 저희들이 마당 풀밭에서 뛰노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합니다. 그들에겐 우리의 행복이 자신들의 행복인 것 같습니다.

사진


<저를 반겨주는 반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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