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들은 일 년에 한번 라마단 기간 동안 한 곳에 모여 의례를 행한다. 전 세계에서 거의 300만명이상이 사우디아라비아 메카를 찾아 종교축제를 거행한다. 이들은 오히려 금식을 통해 음식의 중요성을 묵상한다. 유대인들은 기원전 13세기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하다가 이집트를 탈출하여 이스라엘 공동체를 만들었던 유월절을 기념하여 함께 공동식사를 한다. 유일신 종교들의 축제보다 더 오래된 잔치가 있다. 자신들에게 먹을 것을 선사하는 자연과 신에게 감사하는 축제를 서양에서는 ‘추수감사절’이라고 부르고 우리는 ‘추석’이라고 부른다. 먼 친척까지 함께 보여 음식을 나눔으로 상호간의 신뢰와 우정들 다진다. 순례는 자신을 깊이 돌아보고, 공동체 안에서 자신을 살펴보며, 더 큰 공동체 형성을 위해 진지하게 대화라는 자기수련과정이다.
의례에 필요한 두 가지 음식이 있다. 하나는 ‘고기’이고 다른 하나는 ‘술’이다. 고대 근동지방의 희생제사의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이야기가 구약성서 ‘창세기’ 15장에 등장한다. 유일신 종교의 조상 아브라함이 신과 최초로 제사를 지내는 장면이다. 신은 아브람(아직 아브라함이라고 개명하지 않았음)에게 ‘삼 년 된 암송아지 한 마리와 삼 년 된 암염소 한 마리와 삼 년 된 숫양 한 마리와 산비둘기 한 마리와 집비둘기를 준비하라’고 명령한다. 아브람은 비둘기를 제외한 다른 희생 제물들을 둘로 쪼겠다. 그러자 한 밤중에 갑자기 횃불이 나타나, 쪼개 놓은 희생제물 사이로 지나갔다. 성서는 그런 후, 이 희생제물의 처리에 관해 침묵한다. 대개의 경우, 이런 의례에 참가한 사람들은 함께 음식을 먹으며 공동체 의식을 다진다. 이렇게 희생제사를 위해 ‘정결하게 잘려진 음식’을 히브리어로 ‘베리쓰’berith라고 부른다. ‘베리쓰’는 계약契約이란 의미도 함께 지닌다. 함께 음식을 나눈 사람들은 하나의 공동 운명체가 되며, 만일 공동체가 결의한 계약을 지키지 않을 경우, 반으로 잘려진 희생제물과 같이 죽음을 당할 것이라는 암묵적인 선포이기도 하다.
고고학자들은 궤베클리 테페에서 십 만개 이상의 야생동물 뼈들을 발견했다. 이 뼈들은 야생 멧돼지, 사슴, 양, 그리고 다양한 새들 것이다. 궤베클리 테페는 주변에 거주하던 사냥-채집인들을 일정한 기간에 불러 모았다. 이들은 일 년에 두 번씩 공동체 별로 동물을 가져와 이곳에서 희생 제사를 올렸다. 두루미는 대표적인 철새로 일 년에 두 번 이곳을 지나간다. 3-4월에 알을 낳기 위해 북쪽으로 이동하고, 9-10월에 겨울을 나기위해 남쪽으로 이동한다. 이 두기간은 춘분과 추분에 해당한다. 3-4월은 만물이 죽음으로부터 다시 태어나는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는 시간이며, 9-10월 지난 일 년동안 생존을 감사하고 다시 태어나기 위해 혹독한 겨울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이 철새들은 시간과 자연의 변화를 알린다.
희생제사에 필요한 또 다른 음식은 ‘술’이다. 인간은 술을 통해 자신으로부터 탈출하여, 인위적으로 황홀경에 빠진다. 인류 최초의 서사시인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술은 야만을 문명으로 이끄는 중요한 상징이다. 이 서사시의 처음에 등장하는 엔키두는 동물과 함께 배회하며 먹을 것을 찾아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야만적인 인간이다. 엔키두를 도시의 상징인 우룩으로 인도하는 여인은 창녀 샴하트다. 샴하트는 엔키두에게 맥주를 건내 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맥주는 나라를 지탱하는 생명입니다.” 아카드어 원문을 쓰자면 ‘시카룸 나피슈툼 샤 마팀’(shikarum napishtum sha matin)이다. 샴하트는 엔키두에게 술을 마시지 않고는 결코 문명인이 될수 없다고 말한다. 나는 오래전에 이 문장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술이 나라를 지탱하고 구성하는 생명이라니!
최근까지 맥주와 포도주은 수메르와 이집트 문명에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술의 발견이 훨씬 이전이라는 고고학적 증거가 등장하시 시작하였다. 고고학적 증거로 술을 제조했다는 증거는 다음 두 가지로 확인할 수 있다. 하나는 곡물을 발아시켜 건조하는 소위 ‘몰팅 바닥’의 성분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도자기나 석기 그릇의 바닥에 남아있는 유기물의 화학성분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학자들은 궤베클리 테페 건물들 중 ‘부엌’으로 추정되는 건물에서 다섯 개 커다란 석회암 그릇들을 발견하였다. 고고학자들은 그 그릇 바닥에서 맥주를 만들기 위해 보리와 밀을 발효시킬 때 생기는 화학물질인 옥살산염oxalate을 추출하였다. 이들의 맥주를 제조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여기에서 축제를 준비한 사람들은 맥주 제조에 필요한 과정을 밟고 있었다. 인류가 아직 농업도 시작하지 않았고, 도시도 건설하지 않았지만, 맥주를 제조하는 방법을 터득하여, 궤베클리 테페에서 거행된 의례에서 사용하였다. 이곳에 찾아온 순례자들은 맥주를 마시며,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흥겹게 확인했을 것이다. 나는 궤베클리 테베의 증거를 통해, 길가메쉬 서사시에 등장하는 창녀 샴하트가 엔키두에게 건낸 말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궤베클리 테페는 인류 최초의 순례지였다. 유럽전체가 두꺼운 빙하로 덮여 있었을 때, 소수의 호모 사피엔스가 지상에서 지하로 내려와 회화, 조각, 음악과 같은 예술을 발견하였다. 기원전 만년경, 빙하시대가 끝나자, 인류는 사냥뿐만 아니라 채집할 수 있는 지역으로 남하하였다. 그곳이 바로 궤베클리 테페는 오늘날 터키, 시리아, 그리고 이락의 중간 지점으로 후에 등장할 문명의 정신적인 모체가 되었다.
사진
<궤베클리 테페 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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